이력서를 안써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겠지요?
하지만 이력서를 자신있게 쓴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예전에 지내던 한 쉐어하우스에 12월이 되니 지방에서 3학년 학생들이 한 두달을 계약해서 많이 들어오더라구요..
일본은 3학년에 자기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원서를 내고 합격을 하면 다시 돌아가서 4학년을 보내고 그 다음 해부터 취직을 하게 됩니다.
그 때 제가 면접 연습을 도와주면서 많이 물어봤는데요..
보통 100~150개 회사에 이력서를 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괜찮으면 그 중에 10개 전후 회사에서 내정 통지가 오구요..
그 중에서 최종적으로 하나를 정해서 간다고 연락을 한다고 하네요..
즉, 9개 회사는 내정 통지를 줬는데 안간다고 답변이 온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그것까지 예상해서 많은 수를 뽑아 대기 자 명단에 올려 놓는다고 합니다.
대기 1~3순위는 대체로 들어갈 수 있다네요..
원래부터 회사 직원을 뽑는 입장에 놓인지 거의 10년 정도 되던터라 재미 있게 면접관 놀이를 해주고 나중에 고향인 오키나와로 돌아갔을 때 저도 놀러간 적이 있어요.. ^^;;
오키나와 만의 알려지지 않은 맛집이라던가 여러가지 재밌는 팁을 들었지요..
그 후로 벌써 10년이 지났나요?
면접관의 입장에 많이 서본 사람으로서
경험이 적은 사람도 자신있게 이력써를 쓰는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력서 포맷 있잖아요..
이거 법으로 정해진거 없습니다. 꼭 따를 필요가 없어요..
이력서 포맷에 맞춰서 쓰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 경험이 짧은 사람들은 이력서 포맷을 보면 학력, 경력을 적는 란이 대부분이라 공백밖에 안보이게 되지요.
그리고 많은 똑같이 생긴 지원서 속에 파뭍혀 파쇄기행이 되어 있겠지요..
게다가 역으로 저 처럼 27번의 이직력이 있는 사람은 최신 순으로 적으면 중간에 잘려서 오히려 경력이 짧은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많은 이직력으로 어떻게 살고 있냐구요? 심지어는 이직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일본에서!
참고로 일본은 일생동안 최대 5번 정도의 이직까지 허용하고 그 보다 많으면 사회 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보통 이직을 인정하는 시기는 20대~30대까지의 20년간 이구요..
5번이면 아무리 짧아도 4년은 일해야 한다는 얘기죠..
요즘은 일본도 이직이 잦아지는 추세라 점점 이런 인식도 옅어져 가고 있긴 합니다만..
각설하고..
그럼 저의 노우하우를 공개해 봅니다.
이력서를 남들처럼 쓰면 결국 눈여겨 보지 않습니다.
이력서를 작성하기 전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회사에 내가 노예 계약을 하러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얼마나 당당한지, 그리고 나와 회사의 동등한 계약에서 내가 무엇을 주고 무엇을 회사에서 받을 것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내가 이 회사에서 얻을게 많다면 나를 저렴하게 파는게 좋습니다. 다른 것으로 얻으니까요..
만약 내가 이회사에서 내 시간과 경험을 주기만 하고 받을게 없다면 그만큼 나의 경험이 이 회사는 얼마나 필요로 할까를 금액에 녹여야 겠지요..
혹시라도 회사에 들어갔는데 강압적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나오셔야지요. 가스라이팅 당하면 여러분도 힘들고 회사도 시간적인 손해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가스라이팅 하는게 아니라 우연히 그 회사의 당신의 상관이 그런 사람을 만난 것 뿐입니다. 그러니 사람 운이 없었네 하고 빨리 박차고 나오는 것이 정답입니다.
빨리 재정비 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정도로 이력서에 흠이 생기지 않습니다!
회사가 볼 수 있는 나 라는 상품의 가치를 보기위한 유일한 상품 소개서가 이력서 입니다. 일종의 나 라는 상품의 팜플릿 인 것이지요.
엄청난 팜플릿이 쌓여 있습니다. 면접관이 그 속에서 자기 회사를 위한 제품을 골라야 해요..
여기에서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상품으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당신네 회사에서 필요한 노동력이 어떤 것이고, 내가 당신네의 회사 또는 서비스에 얼만큼의 가치를 줄 수 있으니 얼마에 사!
라는 내용이 있어야지요.
그리고 그걸 한 줄에 요약해서 제일 상단에 굵은 글씨로 적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이렇게 많이 적습니다. 인프라의 구축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인프라 구축할 때 내가 들어가면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해줄 수 있어.. 라던가..
기존 인프라의 효율적인 운영의 경우 난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비책이 있고 그 경험이 있어 라던가..
당연히 그런 근거를 밑에 기술하겠지만..
이건 이미 제가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별로 도움이 안되겠지요?
제가 경험이 없을 때부터 그렇게 적었을까요?
저의 초기 이력서는 이거 였습니다.
난 24시간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고, 회사가 제시한 어떤 연봉이라도 난 따를 거야. 난 다른 사람보다 적게 받는다고 불평하지 않아. 그리고, 1년 뒤에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면 난 너의 회사와 평생을 같이 할 수 있어!
이런 이력서로 거의 대부분 면접까지 진행 됩니다. 물론 제가 회사 다니던 시기는 블랙이 너무 많았고 1년 뒤가 되어도 회사의 임금기준이 있으니 처음에 정한 임금 에 준해서 올려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거의 대부분 기업에서 들었지요. 그래서 이직력이... 약속을 안지키는 회사랑은 같이 있을 수 없다는게 제 지론이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10년 하니까 제 이력은 엄청나 지더라구요..
10년 경력직 중에
1일 4000만 DAU의 인프라 설계 및 구축 경험자 있으신가요?
1일 300만 PG결제 처리하는 서비스의 운영 경험자 있나요?
순간 300Gbps트래픽의 분산처리 경험자 있나요?
한국의 인터넷을 하루 동안 멈춰버린…?? 경험자 있나요?
이건 자세히 말하면 큰일나니.. 이정도로 패스를..
이제 다시한 번 여러분이 작성한 이력서를 봐주세요.
당신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어떻게 적혀 있나요?
당신이 원하는 연봉의 금액과 당신이 적은 이력서 안의 스펙은 적정한 수준인가요?
경험이 부족하고 실력이 없다면 내가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곳에 헐값에 넘기면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필요한 경험을 쌓고 나면 나의 몸값을 올려서 다시 이력서의 가치를 더하면 되구요. 나의 가치를 높게 인정 안해주면 인정해주는 곳으로 이직하면 되는 것 뿐입니다.
그럼 자연히 자신의 몸값이 공정하게 되겠지요..
실력도 경력도 없는데 누구는 실력도 없으면서 얼마를 받는다더라 하면서 남을 욕하고 자신을 터무니 없이 부풀려봤자 돌아오는 현실은 냉정할 뿐입니다.
물론 실력도 없이 운이 좋아 좋은 연봉으로 들어간 사람도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빨리 도태시키지요. 만약 오래 살아 남아있다면 당신이 그 사람이 능력 없다고 판단할 뿐 그 회사는 충분히 가치를 뽑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남긴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이는 부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얘기이지요.
제일 중요한 것인데요.
당신의 이력서는 한 장인가요?
제 이력서 폴더를 보면 제가 지원한 회사 단위로 이력서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지원할 때 그 회사 홈페이지, 뉴스기사, 현재 상황들을 보고 내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이라는 상상하에 이력서를 씁니다. 어짜피 JD보고 지원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내가 그 회사에 그 위치로 들어간다면 그 회사의 가치가 얼마만큼 상승되기 때문에 나는 이 가격에 들어가야 한다는 포인트 위주로 적히기 때문에 매 번 이력서를 새로 씁니다.
회사를 타게팅 한 이력서와 어디에 들이밀어도 상관 없는 두 종류의 이력서를 받아본 면접관은 어떤 이력서에 관심을 가질까요?
당연히 하나를 타게팅 한 이력서는 여기만 바라보고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럼 면접관도 소흘히 이력서를 볼 수가 없게 됩니다.
관련이 있는 얘기인지 모르겠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Dell이 PC를 팔고 있을 때는 많은 다른 PC기업과의 다양한 경쟁을 해서 만들고 있었습니다..
Dell은 판매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훌륭한 컴퓨터를 만듭니다.
좋은 디자인에 쉽게 사용할 수 있고,
CPU는 Intel의 어쩌구.. 메모리는 어느정도 디스크는 어느정도에..
이 컴퓨터는 많은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고..
사람들은 피씨를 구매하기 위해 열거한 기능들을 분석해야 했고,
다른 비교 대상을 찾고, 비교를 끝내고 나서야 안심하고 구매할 수가 있지요.
그럼 잡스는 어땠을 까요?
잡스는 자신들의 컴퓨터를 시연할 때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기존의 현상에 도전을 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는 우리들은 제품을 아름답게 디자인 하고,
간단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게 합니다.
지금 막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모인 여러분 들은 저에게서 컴퓨터를 구매할 준비가 되셨군요..
애플의 어떠한 광고를 봐도 스펙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에게 스펙을 내세워서 다른 제품과의 비교를 통한 안심감을 가질때까지 유저가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힘들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혁신을 한다고 믿고 있고,
이 믿음을 믿는 너희는 그냥 우릴 따라오기만 하면 그 혁신을 경험할 수 있어.
단지 이런 믿음으로 애플은 지금의 지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 개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약 면접관을 설득시켜야 하는데 경력이 짧다면 오히려 이렇게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난 혁신을 위해 나의 모든 시간을 바쳐왔고,
그 혁신은 당신의 기업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혁신을 경험하고 싶다면 나를 써야 할 것이야.
물론 이렇게만 쓰면 떨어지겠지만요.. ^^;;
하지만 사람은 비논리적인 동물입니다.
여러분의 이력서의 첫 한 줄은 반드시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난 아직 보잘것 없지만 내가 성장해서 보여주겠어 라는 자신감과 그 근거를 제시하면 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기존 이력서를 찢어 버리고
다시 쓸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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